가슴시린 가을이 오면
많은 생각들이 나를 사로 잡습니다.
어느덧 한 일도 없이 한해의 후반기에서
마무리 할 일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주부인 나는 명절 준비에 마음이 바쁩니다.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해의 마무리를 위한 힐링을 계획합니다.
마음의 여백을 찾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내 삶의 복잡함을 정리해가야할 것 같습니다.
김삿갓면의 모운동에서 출발한
폐광된 탄광의
광부의 길을 걸어봅니다.
맑은 하늘의 한점 구름이 아름답고
고고히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억세는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길가에 밀집모자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땀흘려 일하던 여름의 모자가
이제 한켠에 비켜서야할 때인가봅니다.
지나는 길가의 구름 한조각은 자꾸 내마음을 붙잡습니다.
인생은 어쩜 저렇 듯 허무하게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스쳐지나갑니다.
길가의 땅두릅(독활)의 열매가 예쁘게 맺힌 것도 보입니다.
예쁘고 여유있는 길을 심호흡하며 걸어봅니다.
길가의 야생화엔 예쁜 나비가 날아듭니다.
지나가며 쌓아 놓은 돌탑을 보며
작은 소망하나 올려 놓습니다.
산 속엔 작업을 하는 포크레인이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문득 송진이 묻어나는 것을 보며
심호흡을 한번 더 합니다.
아마도 피톤치드가 가득할 것 같은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편안한 맘으로 하늘을 보며 내가 갈 길을 다시 바라보니
아름답고 편안함이 마음에 내려옵니다.
지나가다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도 봅니다.
하늘 맑은 날 걷는 이 길은 정말 좋습니다.
떨어진 야생 복숭아도 주워서 한입 먹어봅니다.
달콤하고 맛있는 완전 무공해 복숭아입니다.
이렇게 폐광된 광부의 길을 돌아
모운동으로 돌아 내려왔습니다.
내 마음의 모든 상처와 찌든 자욱들을
모두 치유하고 싶어 떠났던 치유의 걷기가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는 편안한 광부의 길
산 꼬라데이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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