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나의 이야기

사부곡

하얀벼리 2012. 1. 3. 14:22

아  버  지

 

 

 

'아버지 나 점심 먹구 올게~~'

말 없이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았습니다.

 

옆에서 얼른 밥 먹으러 가자고 재촉입니다.

 

'아버지 나 밥 먹구 올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서 난 점심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들깨 칼국수를 시키고

음식이 상에 차려질 즈음에

곁을 지키고 있던 오빠가 '빨리 올라오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나는 수저를 들 수가 없어 그냥 올라가겠다고 바로 건물의 9층으로 올라오니

크리스마스 예배가 진행되어 예수 탄생의 기쁜 찬송이 온 병원에

울려퍼지는 복도를 가로질러 아버지의 병실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그 새를 견디지 못하고 흉부 압박을 받고 계셨습니다.

내가 '아버지'를 부르며 크게 흔들어대니 숨을 한번 몰아쉬시고

잠시 뒤 한번 더 몰아쉬시고는 가만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그 순간에도 성탄 찬송은 울려퍼지는데.....

 

그냥 잠드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아버지 곁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누워계시다가 잠시 후 눈을 뜨시고 나와 눈을 맞춰주실 것 같았습니다.

의사가 '임종'을 고해도 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전에 나보고 밥 먹고 오라고 고개를 끄덕이셨고

사르르 감은 눈은 잠시 잠이 드신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1시간 30분 내내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와서 하얀포를 감싸서 아버지를 모시고 갔습니다.

 

그렇게 내 아버지는 83세의 삶을 마감하시고 영원히 잠드셨습니다.

 

옆에서 누군가는 평균수명을 넘기시고 사셨으니 잘 가셨다고하고

누군가는 호상이라하고

누군가는 홀가분하겠다고 웃어댑니다.

 

그래도 난 믿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