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나의 이야기

벼리의 추석

하얀벼리 2011. 9. 12. 23:28

2011년의 추석

 

 

벼리는 맏며느리입니다.

그것도 아주 가족이 많은 집 맏며느리입니다.

윗대 시아버님은 7남매 시고

우리는 5남매입니다.

그중 맏며느리인 저는 남들이 무척이나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명절이면 많은 가족들이 모여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들 크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부엌에선 하하호호가 온 집안을 울립니다.

 

남자들은 친구들을 만나러 밖으로 밖으로 진출합니다.

저녁 때가 되면 저녁먹으러 들어 오는 남자는 없습니다.

동창들과의 해후를 술한잔으로 시작하여 이미 거나하게 취하면

몇 순배 이집 저집을 다녔는지 혀가 꼬부라져 있습니다.

 

 

부엌의 벼리는 맏며느리인지라

일도 열심히 해야하고

심부름도 먼저 달려가서 해야합니다.

맏며느리가 꾀를 부리면

집안의 기강이 잡히지 않을 것 같아

집에 와서는 남편에게 투정을 하지만

그곳에서는 최선을 다합니다.

 

 

처음 시집 갔을 때는

제사에 참석하고 같이 음복을 해야하는 사람이

50명이 넘는 대식구 였습니다.

그래도 명절에는 30명정도로 줄어 명절 음식은

그래도 상당히 여유도 있고

제사 때처럼 음식을 싸내는 일(봉개)이 적어

만드는 양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처음엔 헉~~~ 했는데

그래도 먹을 사람도 많지만 만드는 사람도 많아

하하호호 하다보면 어느새 모든 것들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러는 맘 상하는 일들도 생겼었지만~~~

여럿이 같이 있다보니 중개자도 많고

해결도 빨리 납니다.

힘들지만 행복한 명절 구경하세요~~~

 

경상도에선 배추전, 무우전을 빼놓지 않고 부칩니다.

첨엔 맛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무우적입니다.

 

 

 

 

 

 아~~~, 흔들린 배추전사진이네요~~~.

밀가루 묻은 손으로 찍다보니~~~

 

 

나물도 일곱가지나 했는데

새벽시간에 장만 한 것은 하나도 찍지도 못해서리~~~

차려진 상만 보세요~~~.

 

 

 상차린다고 왔다갔다하며 한컷씩 찍다보니 역시~~~~흔들!!!

 

차례를 지내는 주요제군들~~

나머지는 밖에서 절만 올립니다.

 

 

차례가 끝나면 여자들은 음식을 담아내고~~~,

 

 

아이들은 쟁반을 들고 상차림을 도와줍니다.

 

벼리의 논엔 쌀알이 잘 영글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연휴 마지막 날까지 부모님과 함께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오지만

오늘은 벼리가 몸이 좋지 않아서

남편에게 먼저 앓았던 신우염 재발 가능성을 운운하며

협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구름에 가려 부풀었지만

한가위 보름달을 한컷 찍어 보았습니다.

 

 

 

2011년 한가위는 

누구에게나

가족을 만나서

행복 가득한 명절이 되고

가슴 가득한 사랑을 주고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달님에게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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