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나의 이야기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하얀벼리 2010. 9. 7. 11:03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출판사 창비

 

 

정신없이 바쁘게 한 학기를 보내고 방학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고자 도서관에 올라가 책을 한권 집어 들고 내려왔다.

 

첫줄이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되는 소설이다. 작가는 4단락으로 책을 나누어 엄마가 부르는 시각으로 인칭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첫 단락에서는 셋째의 이야기로 결혼 하지 않고 글을 쓰는 큰 딸이 화자가 되어 엄마에 대한 죄송한 맘과 삶의 역경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한 발짝씩 자식을 위해 무너져 가는 엄마의 모습을 여성다움으로 풀어내고 있다.

두번째 단락에서는 그가 남편처럼 믿고 의지하며 삶의 의미이자 희망이었던 장남이 ‘그’ 라는 이름으로 화자가 되어 남편의 외도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갔다가 되돌아와 자신의 가족을 위하여 헌신하며 아들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그리움으로 표현한다.

세 번째 단락에서는 남편이 당신이 되어 처음 엄마인 박소녀와 만나 결혼하게 되는 과정과 무뚝뚝한 남정네로 따뜻하게 말 한번 건네주지 못하고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한 그래도 아내는 항상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몸에 수족처럼 붙어서 영원히 자신을 돌봐줄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던 후회를 담담히 담아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네번째 단락에서는 본인이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막내딸의 엄마 된 모습에서 엄마의 길이 자신의 경험을 생각해 안타까운 모습으로 바라보며 남편과 다른 자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풀어간다.

그렇게 일만 알고 자식을 위해 희생을 하던 엄마에게 반전이 찾아온다.

그녀에게도 남편에게 또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할 마음을 나누는 남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 세상 힘들게 살아온 엄마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에 자신이 태어난 친정의 집으로 돌아가 과거를 회상하며 하늘나라에서 ‘나도 일생동안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엄마가 알까’라는 말로 우리의 삶속에서 엄마의 이름을 불러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의 짐을 나눌 수 있고 덜 수 있고 의지가 된다는, 힘겨울 때마다 불러 보고 싶은 이름이 엄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9개월이 지난 후 모두의 설움이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나 일상을 유지 하지 못할 것 같던 가족들이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에 화가 나는 그녀의 큰 딸은 이태리의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에 있는 죽은 예수를 끌어안고 애통해하는 피에타 상을 보면서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서러움으로 한참을 울다가 “엄마를 부탁해~~~” 라는 기도로 책을 마무리한다.

 

3년 전 돌아가신 엄마의 기일이 돌아오는 이즈음에 엄마에 대한 추억이 나를 다시 울게 한 작품이다.

아들만 낳던 엄마가 간절히 소망하여 낳은 딸이기에 좋은 것 귀한 것 다 챙기며 자신의 희생을 삶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고 사랑해주시던 엄마,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그 이름 앞에 다시한번 그리움을 더해주는 맘 아픈 독서였다. 어린시절 먹을거리도 변변찮던 시절에 내 손을 꼭 쥐고 시장에 가서는 평소 다니며 보아두었던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입혀보시며 행복해 하던 모습이 잔잔히 떠오른다. 돌아가시기 몇 일전에는 기력이 다해 바깥 외출은 커녕 제대로 앉지도 못하시던 분이 며느리를 시켜 오이소박이 재료를 사오라시더니 기운 없는 손을 바들바들 떨어가며 직접 소박이를 담아 사위가 좋아하는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담아주시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다. 귀하고 사랑스런 딸이 가까이에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시집을 간 후에는 멀리 천리 길이나 떨어져 있는 진주에서 살게 되면서 그리움에 그리움을 더하는 삶을 살게 되는 우리엄마, 우리엄마는 나의 엄마뿐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네의 엄마이다. 먼 길을 멀미를 해가며 오셔서 사나흘 머물면서 맛난 것 사드리고 구경시켜드릴라치면 딸이 힘겨워하는 일들을 찾아서 이불빨래며 밑반찬이며 김치 담는 일에 시간을 다 빼앗겨버리고 .... 딸이 해주는 음식은 뭣이든 맛이 있다면서 맛나게 드시고 아들 집에 가서는 그렇게 대견하다며 자랑을 하시던 울 엄마!!!

그 엄마가 병석에서 괴로워하실 때 나는 그 고통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엄마는 그렇게 하루씩 사그러져 갈 때 나는 엄마의 고통이 빨리 멈춰지기를 바라는 아이러니 속에 빠져 보기도 하고 나의 간절한 끈인 엄마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많은 사무침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절절이 흐르는 내 엄마의 추억이 3년 전 그해의 여름처럼 이 여름 나를 가슴 절절이 내 가슴의 눈물이 되어 나를 적셨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자식은 부모를 산에 묻는다더니~ 이제 나는 가끔씩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어머니의 사랑을 망각하며 나의 삶을 하루씩 꾸려나간다.

 

다행히 나에게는 이제 한분의 어머니가 또 계신다.

시어머니께서는 아직 나에게 사랑을 변함없이 베풀어주시는 또 한분의 나의 엄마시다.

명절이나 행사 때 밖에 잘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변함없는 사랑으로 남편을 챙기고 나를 챙기고 손자를 거두신다. 나의 남편에게는 두 번째 단락에 나오는 장남에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리라. 아니 그보다 더한 사랑을 가지고 남편을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계시리라. 잠시 나는 나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에만 슬퍼했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우리 사회의 모든 어머니들은 그 같은 가슴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희생으로 삶을 살아가리라는 것을 깨닫게 했고 이 사회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그 맘을 이해하고 거룩히 섬기는 맘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 나의 시어머니께 지금 전화를 드려야겠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에게 이해받게 되기까지 하느님께 나도 “엄마를 부탁드려요”라고 기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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